일본의 오늘

고이즈미 전 총리 ‘탈원전 행보’ 강화에 아베 정권 긴장

서의동 2013. 9. 30. 17:24

ㆍ“총리가 원전제로 결단 안해 유감” 지속 압박


정계 은퇴 이후에도 대중적 영향력이 막강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71) 전 일본 총리가 최근 ‘탈원전’ 행보를 부쩍 강화하고 있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긴장하고 있다. 30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27일 ‘다함께당’의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대표와 만나 “아베 총리는 기세가 있다. 총리가 결심하면 (탈원전이) 진전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아) 유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탈원전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다”며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정치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한 경제주간지의 창간기념 행사 인사말에서 현재 인류는 원자력을 통제할 수 없다면서 “정치인들이 가급적 빨리 원전제로를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가끔씩 ‘탈원전’을 설파했지만 지난 8월 핀란드의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장을 둘러보며 충격을 받은 뒤 소신이 확고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400m 깊이로 암반을 깎아내 고준위 핵폐기물을 밀봉한 상태로 10만년간 저장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지진과 쓰나미가 많은 일본에서 최종처분장을 만들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가 핀란드 시찰을 마친 뒤 “지금 원전제로 방침을 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는 더 어려워진다. 총리가 결단하면 탈원전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지난 8월 말 한 주요일간지 칼럼을 통해 소개되자 아베 정권이 발칵 뒤집혔다. 2001년부터 5년5개월간 총리를 지냈으며 아직도 대중적 영향력이 막강한 그가 원전 재가동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베 정권에 정면으로 화살을 날린 격이 됐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7일 도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뒤 한 기자회견에서 “원자력 비율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의 보급을 가속화하겠다”고 한 것은 고이즈미의 발언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