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3년, 방사능 누출 진행 상황 총정리

서의동 2014. 2. 24. 14:57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 3월 11일로 딱 3년이 됩니다. 방사능 누출 문제, 지진과 쓰나미 공포, 일본 사회의 크고 작은 변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요. 지난 3년의 기록들을 정리해봅니다.


2011년


먼저, 도쿄에서 ‘대지진’을 느꼈던 그 순간부터. 


3/11 동일본대지진 당일 나는... 

석간신문을 사기 위해 지하상가 쪽으로 발길을 옮기던 길이었다. 2~3m 앞 천장에 있는 신호표지판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2~3초도 지나지 않아 지하도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 지하도를 지나던 여성들이 기둥을 잡으면서 “도시요(어떻게 해)”라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오후 2시45분쯤이면 도착해야 할 석간신문이 10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현 도쿄전력 제1원전 사고. 노심 ‘폭발’은 간신히 피했지만 방사능 물질이 누출됩니다. 방사능 공포는 곧바로 먹거리 불안으로 이어집니다.





03/22 채소, 수돗물 방사능 오염시작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물질로 식품오염 우려가 확산되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등 4개현의 농축산물에 대해 출하중지를 지시했다. 또 후쿠시마 제1원전 2, 3호기에서 연기가 관측돼 현장인력이 긴급 대피하는 등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03/23 해산물도 오염 

원전사고로 후쿠시마 원전 주변 바닷물도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쿄전력이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배수구 남쪽 바닷물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방사성 요오드131은 바닷물 1㎖당 5.066베크렐이 함유돼 법정 기준치를 126.7배 초과했다. 또 세슘134는 24.8배, 세슘137은 16.5배를 초과했다. 


04/07 어패류 오염 공포

고농도 방사성물질의 바다 유입에 따른 어패류의 오염과 관련해 골(뼈)암을 유발할 수 있는 스트론튬이 어패류를 통해 인체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트론튬은 반감기가 18년에 달한다. 어패류의 방사성물질 축적 가능성을 무시해온 일본 정부의 태도에 비판이 일고 있다.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뒤늦게야 사고 등급을 올려서 사건을 축소하고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이 거세집니다.



오염지역 산모의 모유에서 방사능 물질이 나온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던집니다.


04/21 모유에서 방사능 검출 

일본 시민단체인 ‘모유 조사·모자지원 네트워크’가 20일 독자적으로 검사한 결과 지바현 가시와시에 사는 산후 8개월 여성의 모유에서 1㎏당 36.3베크렐(Bq)의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되는 등 복수의 여성의 모유에서 방사성 물질을 검출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어패류 첫 섭취제한 조치를 내립니다.


04/21 일본 정부, 어패류 출하중지및 섭취제한 조치 

간 나오토 총리는 20일 후쿠시마 인근 바다의 까나리에 대해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에 따라 출하중지와 섭취제한 조치를 취할 것을 후쿠시마현에 지시했다. 지금까지 후쿠시마산 우유와 일부 야채에 대해 출하중지와 섭취제한 조치가 내려진 바 있지만 어패류는 처음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고, 비판이 계속됩니다.


05/02 원전 전문가 “정부의 아동 방사능기준 너무 높다”며 사표

내각관방의 참여(자문역)인 고사코 토시소 도쿄대 교수는 정부가 정한 초·중학교 학생의 연간 방사선 피폭한도(20밀리시버트)에 대해 “이 정도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람은 원전 내 방사선 업무 종사자 중에서도 매우 적다”며 “이를 초등학생에게 적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지 두 달이 지나도록, 사태수습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불안감은 가시지 않습니다.



일본 내 반핵운동의 지주인 저술가 히로세 다카시(廣瀨隆·68)는 “원전에서 60㎞ 떨어진 고리야마시의 유아 절반이 이미 성인 허용치의 26배 피폭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06/20 “후쿠시마 반경 60㎞ 유아 절반, 성인 허용치의 26배 피폭” 

“지금 당장 일본 내 모든 원전의 가동 중단을 정부에 명령해야 합니다. 호소가 아니라 우리가 살기 위한 정당한 명령입니다.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수 없습니다.”


후쿠시마현 농가가 출하한 쇠고기에서 기준치의 3~6배에 이르는 방사성 세슘이 검출됩니다. 이 농가가 도쿄 등지에 출하한 쇠고기는 식육처리 후 방사능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오염 쇠고기가 유통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쌀로도 향합니다. 이 해의 햅쌀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세슘 쇠고기’ 등 식품 방사능 오염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처가 미덥지 못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었습니다. 




2012년


후쿠시마현 신축 아파트 실내에서 고 방사선이 측정됐습니다. 원전 가까운 채석장에서 생산된 방사능에 오염된 석재를 사용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식생활뿐 아니라 주거마저 위험에 노출된 것이죠.


01/17 건축자재도 방사능 오염 

02/10 일본서 방사능 시민측정소 확산 

지난달 중순 일본 도쿄도 고쿠분지(國分寺)의 ‘어린이미래 측정소’에 이시키와 마리(41)가 남부지방인 규슈(九州)산 쌀을 들고 찾아왔다. 방사성물질 검사 결과 세슘은 ‘불검출’로 나왔지만 방사성 요오드에는 ‘방사능 반응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가 떴다.


어느 새 1년이 지났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12월에 “원자로가 냉온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사고 자체도 수습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맞는 말이었을까요. 



03/07 최근 한국에서도 강연한 바 있는 고이데 히로아키 교토대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원자력은 국가가 국민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후쿠시마’라는 문명사적 재난을 겪고도, 국민이 피폭을 당하든 말든 내버려둔 채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려는 일본은 부끄럽고 한심한 나라다. 하지만 한국도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원전 주민들이 버림받을 수 있다.”


원전사고 초기 후쿠시마현이 방사성물질 확산예측 자료를 관련기관으로부터 제공받고도 공표하지 않았고, 담당 직원이 전자메일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납니다.


03/22 원전사고 때 후쿠시마현 직원 방사능 예측자료 메일 무단 삭제 

스피디(SPEEDI)로 불리는 방사성물질 확산예측시스템이 산출한 자료는 원전사고로 방출된 요오드 등 방사성물질이 어느 방향으로 퍼질지를 예측해 주민대피에 활용하도록 돼 있지만 사고 초기에 공표되지 않아 주민들의 혼란과 건강피해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담당자는 자료 수신사실을 확인하지 않다가 15일 아침 메일들을 삭제해버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초기 미국이 항공기를 이용해 실측한 방사능 오염지도를 일본 정부에 제공했지만 일본 정부가 묵살한 사실도 확인됩니다.



2013년 


이런저런 우려 속에서도 물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이 ‘수습불능’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2013년에 이르러서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 오염된 지역의 주민귀환이 늦어지자 방사성물질 제거작업(제염) 목표치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03/13 일본 방사능오염 제거 포기하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일본 정부가 피난 중인 주민들이 올여름까지는 귀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거주공간의 방사선량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귀환대상은 연간 방사선량이 20mSv 이하인 원전주변 지역으로, 일본 정부는 이 지역의 방사선량을 1mSv로 낮추기 위해 제염작업을 추진해왔으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마무리가 늦어지고 있다. 


방사능 누출에 의한 건강 위협은 현실화되기 시작합니다. 후쿠시마 현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조사 결과 17만명 중 12명이 갑상샘암에 걸렸고, 15명이 암 의심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07/19 후쿠시마 원전 갑상샘 피폭자 “당초의 10배 넘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100m㏜(밀리시버트) 이상의 갑상샘 피폭을 한 작업 근로자 수가 당초 발표의 10배가 넘는 약 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갑상샘 피폭량이 100m㏜를 넘을 경우 암 발병이 증가한다. 암 위험성이 있는 방사능 피폭자 규모를 원전사고가 난 지 2년4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파악한 것이다.

11/13 후쿠시마 청소년 갑상샘암 발병, 체르노빌 넘어서


그 해 여름이 되자,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방사성물질 오염수가 계속 새나가고 방류되고 땅으로 스며들고, 말 그대로 통제불능으로 치닫습니다.

도쿄전력이 2011년 방사성물질 유출사고 직후 방사능 오염수 유출통로를 차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2년 넘도록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납니다. 도쿄전력은 원전사고 20일 뒤 지하갱도와 터빈 건물 사이의 틈새를 차단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으나 갱도의 바다 쪽 끝부분을 콘크리트와 자갈 등으로 막는 공사만을 실시했을 뿐 2년 이상 본 공사에 착수하지 않았던 것이죠.




08/20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저장탱크도 누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저장해둔 철제탱크가 새면서 300t의 오염수가 유출돼 땅속으로 스며든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전력은 원자로 냉각에 사용된 오염수를 저장해둔 1000t 용량의 지상탱크에서 오염수가 유출됐으며, 유출량은 약 300t에 이른다고 밝혔다. 일반 25m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08/21 후쿠시마 오염수 대책 ‘파탄 상태’ 

일본 정부기구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21일 후쿠시마 제1원전 지상 저장탱크에서 방사능 오염수 300t이 누출된 이번 사태에 대해 8개 등급(0~7)으로 구분된 원전사고에 대한 국제평가기준(INES)의 1등급(일탈)에서 3등급(중대한 이상현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08/22 일본 방사능 오염수 누출 추가 확인, 후쿠시마 오염수 유출 ‘국제적 환경재앙’ 비화

원전운영 담당사인 도쿄전력이 외국에 기술지원을 요청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고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우려가 확산되며 한국에 이어 중국도 유출사고 관련자료를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도쿄전력은 21일 밤 공표한 자료에서 지상 저장탱크에서 누출된 오염수가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제18호 태풍 ‘마니’가 일본 열도를 강타하면서 후쿠시마 제1원전에 비가 쏟아지자 도쿄전력이 긴급조치로 오염수 저장탱크 주변 차단보의 물을 방사능 농도도 측정하지 않은 채 바다로 방류해버립니다.


오염수는 통제선 바깥의 외부 바다로 퍼져갑니다. 


10/03 일 원전 고농도 오염수 또 누출... 통제범위 바깥 바다로 흘러 

도쿄전력은 2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B남’ 저장탱크군에 있는 탱크 1개의 상부에서 오염수가 누출됐으며, 일부가 바다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누출 오염수는 아베 신조 총리가 말해온 오염수 통제범위인 ‘0.3㎢의 항만 내’가 아닌 바깥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격납용기에서 오염수가 새고 있는 것이 2011년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확인됩니다.


11/14 일본 후쿠시마 원자로 ’격납용기 손상‘ 첫 확인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카메라가 설치된 로봇을 원격조작을 통해 원자로 건물에 투입한 결과 1호기 원자로 건물 지하에 위치한 격납용기와 압력억제실 부근을 잇는 배기관 주변의 2곳에서 오염수가 새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4년


어느 새 사고가 난 지 3년이 되어갑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벌어진 사고로 피난한 학생들이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 ‘탈북자’로 불리며 따돌림을 당하는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다더군요. 이 사태는 어디로 흘러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