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 중앙알프스 한국인 등반객, 고령에 가이드 없이 오르다 참변

서의동 2013. 7. 30. 17:31

ㆍ한국인 일행 20명 중 4명 사망


일본 나가노(長野)현 ‘중앙알프스’ 산악지대에서 29일 발생한 한국인 등산객 조난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등산객 일행 20명 중 나머지 16명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니가타 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30일 “한국인 단체 등산객 중 박문수씨(78)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또 다른 사망자 1명은 시신 100m 옆에서 발견된 배낭에서 이근수씨(72)의 여권이 나와 이씨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신씨(70)와 이종식씨(64)로 추정되는 시신도 발견됐다.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박혜재씨(63)는 구조됐다. 


숨진 박문수씨는 이날 오전 5시쯤 호켄다케(寶劍岳·2931m) 남쪽 해발 2850m 지점에서, 이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오전 6시쯤 히노키오다케(檜尾岳)와 호켄다케 사이 해발 2800m 지점 등산로에서 각각 발견됐다. 다른 1명(박인신씨 추정)도 히노키오다케와 호켄다케 사이 등산로(1720m 지점)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들은 부산의 한 여행사를 통해 일본에 온 후 28일 나가노현 고마가네(駒ヶ根)의 이케야마(池山)에서 등반을 시작해 도중의 한 산장에서 1박한 후 29일 아침 호켄다케로 향했다. 조난당할 당시 호켄다케 정상 부근에는 비바람이 강했고 기온은 10도 정도였으며 가져간 음식도 모두 떨어진 상태였다.

일행을 이끈 박혜재씨는 가장 먼저 탈진한 박인신씨 곁을 끝까지 지켰으나 숨이 멈춘 것을 확인, 근처 산장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 일부는 산 중턱에서 뒤처진 일행을 기다리다 상황이 좋지 않자 자리를 떴다. 이들은 등산로 표지판에 산장과 대피소까지의 거리가 나와 있지 않아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일본인 현지 가이드를 동반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난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들은 29일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뜬눈으로 밤을 새웠으며 30일 새벽 박문수, 이근수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에 오열했다. 박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고령이지만 일본으로 두세 차례 등산을 잘 다녀오셔서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숨지거나 실종된 등산객은 모두 60~70대 고령이지만 부산의 상봉산악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베테랑급 산악회원이다. 이 산악회 배석인 회장(59)은 “수십년 등산 경험이 있지만 갑자기 날씨가 나빠지면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단체 등산객의 항공편 예약 업무를 맡은 부산의 ㅎ여행사는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이 회사 대표 김모씨(59)는 “박혜재씨가 모든 일정을 짜서 여행사를 찾아왔다”며 “여행사는 항공편과 숙박, 버스 임대 업무만 대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이어서 가이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우리는 산악전문가여서 필요가 없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