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동일본대지진 3년]“체르노빌은 건강검진, 일본 정부는 외면… 오염제거·도로 건설 등 ‘토건’에만 투자”

서의동 2014. 3. 5. 18:57

ㆍ후쿠시마 피난 주민 다케다 도루 인터뷰


“원전사고에 대한 민주당 정권의 대응이 미흡해 불만이 많았지만, 자민당 정권은 후쿠시마 주민들을 아예 외면하고 있습니다.”

3년 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고향 후쿠시마시를 떠나 야마가타(山形)현에 거주하고 있는 전직 고교 교사 다케다 도루(武田徹·73·사진)는 지난달 26일 후쿠시마 시내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한 불만을 토해냈다. 

현재 야마가타현 요네자와(米澤)시에서 피난주민 자치회장을 맡고 있는 다케다는 “방사능 위험을 감안하면 수십년간은 후쿠시마를 떠나 집단이주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하지만, 오히려 ‘내 고향이니 여기서 살아가자’는 식의 이데올로기를 은연중에 유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 후쿠시마 원전사고 3년이 지났는데, 도중에 정권이 바뀌었다. 

“사고가 난 뒤 민주당 정권의 대응에도 불만이 많았다. 특히 후쿠시마현의 청소년들은 무조건 대피시켜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 가장 문제였다. 사고 대응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2012년 말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선택한 주민들이 많았지만, 상황은 오히려 나빠졌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빠졌나. 

“민주당 정권 때는 그래도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피난주민들에 대한 지원방침도 마련됐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모두 사라졌다. 자민당 정권은 방사능 제염(오염제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으로 큰소리치지만 제염해도 얼마 안 가 다시 방사선량은 올라간다. 게다가 도로 건설 등 ‘토건’사업에만 투자한다. 제염이나 도로 건설은 건설 대기업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 주민 건강에 대해서도 별 대책이 없는가. 

“사고 직후부터 후쿠시마 주민 전체 상대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민주당도 자민당도 외면했다. 내 딸은 사고 직후 후쿠시마를 떠나 있었는데도 소변검사에서 세슘137이 검출됐다. 아마 후쿠시마 주민 모두에게서 세슘이 검출될 것이다. 주민들 건강수첩도 여태 만들어주지 않았다.”

다케다는 “원전사고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지역에서는 사고 3년 뒤부터 주민들 혈액·소변검사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무신경에 분개했다. 

- 후쿠시마 주민들의 요즘 생각은 어떤 것인가. 

“후쿠시마 어린이 갑상샘암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부 측 의료전문가가 ‘원전사고 영향과 무관하다’고 하면 그걸 믿어버린다. 의사들의 권위를 빌려 스스로를 납득시키려는 심리인 것 같다. 괴로우니까 생각하지 말자는 식이다. 방사능 오염은 그대로인데 이런 체념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살아가게 내버려둬도 되는지 모르겠다.”

다케다는 “일본 전국에 인구과소지역이 얼마든지 있으니 후쿠시마 주민들을 지금이라도 집단이주시켜야 한다”면서 “올림픽에 쓸 돈을 주민 이주지원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