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지사직 버리고 시장 출마한 하시모토

서의동 2011. 10. 24. 21:21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2·사진) 오사카부(府) 지사가 지사직에서 물러난 뒤 오사카 시장선거에 출마하고, 지사 보궐선거에는 측근을 내보내는 방식으로 오사카 행정통합 추진에 나선다. 연임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앉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연상시키는 수법이다. 
 
 
 

하시모토 지사는 “다음달 27일 열리는 오사카부 지사및 오사카시 시장 동시선거에 시장후보로 출마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지사선거에는 그가 이끄는 지역정당 ‘오사카 유신회’의 간사장인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47) 오사카부 의원을 내보내기로 했다. 마쓰이 의원은 하시모토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하시모토의 구상은 ‘오사카부-오사카·사카이(堺)시-구(區)’로 돼 있는 구조에서 오사카시와 사카이시를 없애 ‘오사카도(都)-자치구’로 행정체계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두개의 시를 없애 행정예산의 중복을 줄이면 고속도로 정비, 지역산업 진흥에 더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색이 오사카부 지사이면서도 핵심도시인 오사카시에 제대로 말이 먹혀들지 않는 구조를 깨뜨리겠다는 속내지만 “오사카 시장에 당선되면 오사카시를 없애겠다”는 기상천외한 공약을 내걸고 선거에 뛰어드는 셈이 됐다.  
 
하시모토는 변호사 시절 오랫동안 법률관련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명도를 쌓은 뒤 2005년 오사카부 지사선거에 38세에 당선됐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오사카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공무원 인건비와 각종 단체 보조금 삭감에 나섰다. 그는 지난 6월 한 모임에서 “지금 일본정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독재”라고 발언하는 등 ‘튀는’ 언행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으나 좌충우돌하는 스타일에 대한 반감도 뿌리 깊은 편이다. 지난 6월에는 공립학교 행사에서 일본 국가(기미가요) 제창시 교직원 기립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우파적 행보로 시민단체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수조엔에 달하는 오사카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부와 시를 통합하겠다는 하시모토의 취지에 공감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오사카도가 성공할 경우 나고야(名古屋)시와 아이치(愛知)현을 합쳐서 ‘주쿄도(中京都)’를 만들자거나 니가타(新潟)시와 니가타현을 ‘니가타주(新潟州)’를 만들자는 구상들에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대한 자치단체들의 관심도 뜨거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