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미 의회 “아베 역사인식, 동아시아 역내 관계 혼란 우려”

서의동 2013. 5. 9. 21:19

ㆍ보고서 ‘아시아 희생 부정하는 강고한 국수주의자’ 평가


미국 의회조사국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인식에 대해 “동아시아 역내 관계를 혼란시키고 미국의 국익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미·일관계 보고서’를 작성했다.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 표명한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는 아베 총리의 1차 내각 당시인 2007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사죄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아베 정권에 타격을 입힌 바 있다. 

9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보고서는 아베 총리에 대해 “논쟁거리인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최근 아베 총리와 일본 내각이 내놓은 발언과 행동은 일본이 역내 관계를 잘못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또 아베 총리가 ‘강고한 국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면서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과 아시아의 희생을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에 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둘러싼 아베 총리의 언행을 두고선 “미국과 주변국으로부터 주시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아베 내각의 일부 각료도 “극단적인 국가주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여러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이에 중국과 한국이 반발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 아베 정권이 지난달 23일 국회 답변에서 “침략의 정의는 국제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다는 보도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군의 간여를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에 대한 수정이 아베 총리의 지론이지만 만약 수정될 경우 한·일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위안부’라는 표현 대신 ‘성노예’라는 용어를 쓸 것을 국무부에 지시했다는 보도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아베 총리는 미·일동맹의 강한 지지자이지만 미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는 역사인식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것인지 의문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는 의회의 공식 견해는 아니지만 의원들의 활동에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등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보고서를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에 대한) 향후 대응에 따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미군과 자위대에 의한 안전보장협력 등에 지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8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지난달 자신의 ‘침략부정’ 발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침략을 부정한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안을 준비해 놓고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9일 보도했다. 아베는 또 자신의 발언이 침략에 대한 정의를 결의한 1974년 유엔총회 결정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유엔총회가 침략의 정의에 대해 결의한 것은 안보리가 침략행위를 결정하기 위한 ‘참고’ 사항”이라고 답변하는 등 침략을 부정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