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여적]대북소식통(2019.6.4)

서의동 2019. 8. 9. 23:40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기자 경향신문DB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단서를 제공한 소식통은 ‘딥 스로트’로 불렸다. 우드워드 기자가 빨간 깃발이 있는 꽃화분을 자신의 아파트 발코니 뒤편으로 옮겨 ‘만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면 딥 스로트는 그의 아파트로 배달되는 신문에 시계를 그려 넣어 응답했다. 30여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이 소식통은 미 연방수사국(FBI) 간부인 윌리엄 마크 펠트(1913~2008)였다.

 

‘소식통’들은 한국에서는 북한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한다. 대북소식통에는 국가정보원, 외교안보 부처 고위인사, 북한이탈주민, 대북사업가, 주한 외교관, 북한현지 주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북한체제 특성상 다른 분야보다도 더 취재원 보호가 필요한 만큼 불가피하게 ‘대북소식통’으로 얼버무려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역이용해 특정 목적하에 설익은 첩보를 흘리는 경우도 있고, 이를 그대로 받아쓰다가 오보를 내기도 한다. 대북소식통들은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 보수언론의 보도에 등장하는 일이 많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방침을 밝힌 2016년 2월10일 통일부가 기자들에게 ‘북한, 군참모장 리영길 2월 초 전격 숙청’이라는 문건을 제공했다. 종파분자 및 세도·비리 혐의로 처형했다는 내용인데 통일부는 이를 대북소식통으로 인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도는 뻔했다. 대북 비난 여론을 조장해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희석시키려는 ‘물타기’였다. 심지어 사실도 아니었다. 리영길은 석달 뒤인 5월9일 열린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중앙군사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부활했다’.

 

미국 CNN방송이 처형설이 제기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살아 있으며 현재 구금상태에서 조사받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강제노역설이 나돌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3일 공개했다. 북한이 김혁철을 처형했고, 김영철이 혁명화 조치를 당했다는 조선일보의 지난달 31일 기사가 가짜뉴스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가 한국언론의 대북보도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