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늘

[어제의 오늘]1972년 비상 국무회의 ‘유신헌법안’ 통과 

서의동 2009. 10. 26. 20:58
ㆍ절대권력 움켜쥔 ‘1인 천하시대’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을 간접선거로 뽑는다, 국회의원의 3분의 1을 대통령 추천으로 선출한다,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과 법관 임면권을 갖는다, 대통령 임기는 6년으로 연장하고 연임제한을 철폐한다….


1972년 10월27일 열린 비상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유신헌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요즘 같아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권력 집중이다. 한 해 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이 헌법을 고쳐 선거가 필요없는 총통이 되려 한다”고 한 경고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유신헌법안은 헌법의 효력까지 일시 정지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입법·사법·행정권을 장악한 대통령에게는 ‘영도적 국가 원수’라는 지위가 부여됐다.

유신헌법을 제정하기 위해 박정희는 열흘 전인 10월17일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우리의 정치체제를 개혁한다’는 내용의 ‘대통령 특별선언’을 발표했다. 박정희는 이 선언에 의거해 국회를 해산한 뒤 정당 및 정치 활동 중지 등 헌법의 일부 기능을 정지시키고 전국 일원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사령부는 포고령을 내려 정치활동 목적의 옥내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언론·출판·보도 및 방송은 사전검열을 받도록 하며 대학은 당분간 휴교토록 했다. 반대 목소리를 사전에 봉쇄하는 정지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그후 전문과 12장 126조 및 11조의 부칙으로 된 유신헌법안이 실체를 드러냈다. 정부는 이 유신헌법의 성격을 ‘조국의 평화적 통일 지향, 민주주의 토착화, 실질적인 경제적 평등을 이룩하기 위한 자유경제질서 확립, 자유와 평화 수호의 재확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이었고, 국민 기본권 침해와 대통령 권한의 극대화를 가능케 한 헌법이라는 점은 명백했다.

비상 국무회의는 특별선언에 의해 해산된 국회의 권한을 대행해 헌법안을 의결 공고했고, 11월21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유신헌법안은 90%가 넘는 찬성을 얻어 공포됐다. 이어 통일주체국민회의는 12월15일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 27일 박정희가 8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각급 학교에서는 유신헌법을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의 일환으로 포장하는 교육이 실시됐고, 초등학교에서는 유신을 찬양하는 노래가 음악교과서에 실리는, 지금 생각해보면 코미디 같은 일들이 횡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