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독재자 몰아냈다” 광장의 시민들 환호

서의동 2011. 2. 11. 16:35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 임박 소식이 전해진 10일 밤(현지시간),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은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17일 만에 거둔 ‘피플 파워’의 승리를 자축하는 환호였다.

반정부 시위 17일째인 이날은 시위대가 예고한 ‘100만명 항의시위’ 전날로, 타흐리르 광장엔 항의시위에 동참하려는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날의 극적인 분위기는 수도 카이로를 담당하는 사령관인 하산 알 루에이니 장군의 현장 발표로 이뤄졌다. 루에이니 장군은 타흐리르 광장에서 수만명의 시위대를 향해 “여러분들의 요구사항은 오늘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일부 시위대는 승리를 상징하는 ‘V’를 그리며 “국민들은 무바라크 정권의 종말을 원한다” “신은 위대하다” 등을 외쳤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무바라크의 퇴진을 축하하기도 했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 17일째인 10일 한 시민이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이집트 국기를 들고 무바라크 사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이후 무바라크가 이날 밤에 대국민 연설을 할 것이라는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무바라크의 퇴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밤이 깊어갈수록 타흐리르 광장에는 무바라크 사임을 축하하려는 시민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군의 쿠데타 가능성도 흘러나옴에 따라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를 반영하듯 군의 통치를 반대하는 의미로 “군이 아닌 민간”이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지난 이틀간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집트 전역에서 벌어진 데 이어 이날도 공공 및 민간 부문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무바라크의 사퇴를 압박했다. 특히 버스 등 공공운수 노동자들과 예술가 노조가 이날 파업에 동참했다. 의사 및 의과대생 수천명이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해 시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검은 법복을 입은 변호사 수백명은 시위 시작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궁으로 행진하다가 경찰에게 저지당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석한 변호사인 모하메드 무르시는 AFP통신에 “이것은 합법적인 혁명이다. 부패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라고 말했다.

앞서 9일부터 카이로 시내의 국영 전력회사와 박물관, 직물공장 등에서도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다. 수에즈에서도 선박 정비회사, 직물공장 등에서 5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이틀째 파업을 벌였으나 세계 해상 운송량의 8%를 차지하는 수에즈운하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