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부실채권 31조… 금융불안 뇌관되나

서의동 2009. 5. 25. 20:26
ㆍ경기침체·구조조정 여파 6개월새 50% 급증
ㆍ정부, 건설·조선사 채권매입 등 처리 본격화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6개월 사이 50% 급증해 31조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회복 지연과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급속히 늘어나게 될 부실채권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6월부터 구조조정 기금을 투입해 건설·조선사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등 부실채권 처리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 부실채권 6개월 새 10조원 증가 = 2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은행과 제2금융권(보험·증권·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신협·종금사) 등 금융권 전체의 부실채권 규모는 31조원으로 지난해 9월 말보다 10조4000억원(50.5%) 급증했다. 은행의 부실채권은 19조3000억원으로 85.6% 늘었고, 제2금융권 부실채권(11조7000억원)도 14.7% 증가했다. 금융계에서는 ‘고정 이하 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며, 은행·카드·보험·증권은 3개월 이상 연체 채권, 저축은행·신협 등에서는 6개월 이상 연체 채권이 해당된다.

지난해 3월 말 18조8000억원이던 금융권 부실채권 규모는 9월 말 20조6000억원으로 불어난 뒤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가 동반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25조40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4조8000억원이 증가했고, 올해 3월 말까지 추가로 5조6000억원이 늘어났다.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 금융위기로 국내외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면서 빚을 제때 못갚는 기업과 가계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건설·조선업종 등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부실채권이 급증한 탓도 있다. 은행권의 전체 원화대출은 2007년 말 0.74%에서 지난해 말 1.08%로 늘어난 뒤 올 3월 말에는 1.46%로 급등했다.

◇ 정부, 부실채권 매입에 5조원 투입 = 정부는 부실채권이 급증하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6월부터 부실채권 처리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설치되는 2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기금으로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채권을 사들이고,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한 선박펀드에 1조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정부의 움직임과 별개로 은행들도 오는 9월에 2조원 규모의 민간 배드뱅크를 세워 부실채권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본금 2조원이면 6조7000억~8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며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민간 배드뱅크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도 시장매각 또는 대손상각 방식을 통해 부실채권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농협 등이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을 통해 1조1300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할 계획이고, 하나은행은 3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시장매각으로 이미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