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긴급 경기진단] 신용경색 해소됐나

서의동 2009. 5. 28. 20:24
ㆍ시중 풀린 돈 우량기업서만 ‘뱅뱅’


최근 신용등급이 BBB-등급인 대기업 계열사가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15% 금리로 발행하려다 포기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BBB-등급 3년 만기 회사채금리는 연 11%대이지만 실제 채권시장에서는 이 금리에 4~5%의 추가 금리를 붙여야 발행할 수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은행 대출금리보다 높아 발행을 포기하는 기업도 있다.

금융시장이 올들어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지만 기업들의 신용경색과 자금난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경제 쪽으로 흐르지 않고, 금융권과 일부 우량기업에서만 맴도는 신용경색 현상이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우량등급 회사채 발행여건 악화=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BBB-등급 3년 만기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28일 현재 연 11.29%로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해 8월1일(연 9.72%)에 비해 1.57%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냈던 지난해 9월16일(연 10.06%)에 비해서도 1%포인트 이상 높다.

반면 AA-등급 이상의 우량기업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8월1일 연 6.85%에서 28일 연 5.01%로 금융위기 직전보다도 하락했다. AA-등급 회사채와 BBB-등급 회사채의 금리차는 지난해말 4.3%포인트에서 28일 현재 6.28%포인트로 확대됐다.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BBB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액은 6200억원으로 전체 발행물량의 2.64%에 그쳤다.

교보증권 이정준 연구원은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국고채에 대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회사채 쪽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BBB이하 등급은 여전히 거래가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급등=최근에는 중소기업 연체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기업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말 현재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59%로 전달(2.32%)보다 0.27%포인트 올랐고,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1.15%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연체율은 0.67%로 전달(0.7%)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도 올해 1·4분기 47로 지난해 같은 기간(38)에 비해 높아졌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3월 3조400억원으로 1월(2조6000억원)에 비해 늘어나긴 했지만 우량 중소기업에는 대출을 늘리고,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자금시장 양극화와 신용경색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단기 부동자금이 실물경제 쪽으로 흘러가도록 회사채 전용펀드 등을 활성화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