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경제 33

[촌철경제]'신뢰 리스크'와 공유경제

내국인의 소비가 줄어드는 시대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가 중요하다. 관광객들의 왕성한 소비력이 구멍난 내수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굴뚝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지만, 관광객들에 대한 서비스 경쟁력은 바닥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요금 바가지 횡포는 나아지기는 커녕 더 기승을 부리는 듯 하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김밥 한줄을 1만원에 팔았다는 사례도 보도된다. 관광객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서비스 리스크’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공유경제를 본격 육성하기 위해 숙박·차량 공유를 합법화하기로 했다. 시민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민박도 활성화될 것 같다. 새로운 서비스 시장과 사업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물론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한국의 ..

촌철경제 2016.02.18

성과연봉제 대신 '동일노동 동일임금' 도입을

정부가 성과연봉제가 청년실업의 해법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성과연봉제와 청년취업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호하다. 지금까지 보면 대체로 줄인 인건비로 인턴이나 비정규직을 늘린 것이 고작이다. 대기업의 고임금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여 깎아본들 청년실업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아예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도입을 추진하는게 어떨까.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는 비정규직이 임금은 절반도 못받는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구상이라면 차라리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못지 않게 비정규직이 많아 좀처럼 소비가 늘지 않는 일본의 아베 정권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법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촌철경제 2016.02.17

무디스가 일깨운 ‘개성공단의 가치’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 15일 “개성공단 폐쇄가 한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 천안함, 연평도 등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무디스가 목소리를 낸 것은 개성공단이 분단 리스크를 낮춰온 것을 높게 평가해왔음을 일깨워준다. 개성은 철원-포천, 동해안 도로와 함께 북한군의 3대 남침 진격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서울로 입성하는 가장 빠른 루트인 이곳에 공단이 들어서면서 사실상 서부전선의 휴전선을 뒤로 물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군을 주둔시키게 되면 한때 뒤로 물러났던 장사정포가 전진배치돼 서울을 공격하기가 더 유리해진다. 개성공단 폐쇄가 ‘자해조치’임을 여전히 우리 정부만 모르는 듯 하다. 아니면 모르는 체 하는 걸까?

촌철경제 2016.02.16

‘검사외전’ 독과점 논란과 스크린쿼터

서울의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예정이던 를 취소하고 을 걸어 물의를 빚은 사태를 보면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당시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이 떠오른다. 당시 미국은 연간 146일로 돼 있는 영화관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 축소를 FTA협상의 선결조건으로 내놨고, 정부는 이를 수용해 146일에서 73일로 줄였다.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문화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수입영화가 범람하면 한국영화가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던 것이다. 9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거꾸로다. 일부 대자본이 미는 한국영화들 때문에 작품성 있는 한국영화나 외화들이 스크린에 걸리지 못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으로 한쪽에선 관객 1000만명이 넘는 대박영화가 등장하는 반면 ‘괜찮은’ 영화..

촌철경제 2016.02.15

삼성이 개성공단에 입주했더라면?

개성공단 중단은 여러가지 면에서 긍정보다는 부정적 의미가 크지만, 역대정권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오던 ‘정경분리’ 원칙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정치적으로 어떠한 불상사가 벌어지더라도 경제협력의 실마리만은 남겨놓자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일군 ‘지혜’가 빛을 잃게 됐다. 만약 삼성이 개성공단에 입주했더라면 이렇게 쉽게 중단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정치·경제적으로 별 영향력없는 중소기업들이니 ‘버리는 말’ 취급을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 건가? 개성공단에서 보금자리를 틀었던 124개의 힘없는 입주업체들은 또한번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

촌철경제 2016.02.11

‘정치 함수’ 간과한 경제부총리의 ‘사드 인식’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한·미간 사드 도입 논의가 한·중 경제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경제 문제는 그 나름대로 돌아가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과거 한·일 문제가 껄끄러울 때도 경제관계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이런 셈법이 한·중 관계에도 통할지 의문스럽다. 일본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안팎에 그치는 반면 중국은 25%에 달한다. 게다가 중국은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민간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주의 국가다. 2000년 한국이 마늘 수입관세를 올리자 핸드폰 수입금지로 보복했던 나라가 중국이다. 정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제가 경제논리만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 정도다. 한국..

촌철경제 2016.02.10

‘새차환불법’ 과연 성공할까

정부가 새로 산 자동차의 주요부품이 4차례 이상 고장나면 차를 바꾸거나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몇차례 시도됐지만 업계 반발로 흐지부지 됐던 것을 정부가 직접 입법화하겠다는 것이다. 좋은 취지라는 건 알겠는데, 선거 기사로 넘쳐나는 요즘 신문 정치면을 보며 문득 찜찜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혹시 선거용 정책 아닐까’ ‘정부가 과연 법 제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나의 법이 발의돼 통과되기 까지는 무수한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국회로 제출된 법안 중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들은 숱하게 많지만 국회 심의와 관련기업·단체의 로비를 뚫고 입법화에 성공한 것은 소수에 그친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의 기업편향적 태도를 보면 의지를 갖고 난관을 돌파할지 의문스럽다. 새차를 샀는데 ..

촌철경제 2016.01.29

1회용 스마트폰 시대 오나?

TV가 브라운관인 시절에는 숙련된 장인들의 손기술이 제품의 질을 좌우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면서 TV는 범용기술로도 만들 수 있게 됐고, 제품의 승부는 가격이 갈랐다. ‘가전왕국’이라 불리며 세계를 석권하던 일본 가전업계가 몰락한 배경에는 ‘디지털화’가 자리잡고 있다. 꼭 같진 않지만 스마트폰도 비슷한 운명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의 실적발표 이후 애플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대신 압도적인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무기로 승부하는 중국 기업들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9만9000원에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앞으론 싸게 사서 쓰다가 버리는 1회용 스마트폰 시대가 올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촌철경제 2016.01.28

크라우드 펀딩, '기업생태계'에 새바람 일으킬까

돈은 경제의 피다. 은행의 본분은 이 피를 잘 돌게 하는데 있다. 당장 실적은 못내고 있지만 장래성이 있는 기업에 피를 공급해 키우는 것도 은행의 역할이다. 이를 신용대출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은행들은 영 젬병이다. 장래성있는 기업들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부족하기도 하겠거니와, 자칫 대출해줬다 떼일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 은행들은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가 내놓은 것이 ‘크라우드 펀딩’이다.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이 될성부른 기업들을 골라 십시일반 투자하는 방식으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별 것 아닌 기술을 ‘분식’해 투자를 받은 뒤 ‘먹튀..

촌철경제 2016.01.26

<오빠생각>과 금융당국의 지대추구

경제용어에 ‘지대추구(rent seeking)’란 개념이 있다. 특정 주체가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별다른 노력없이 초과소득을 거두는 행위를 가리킨다. 지대추구 행위는 경쟁질서를 교란하며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방해한다. 불행히도 한국 사회에서 지대추구 행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물주들이 과도하게 임대료를 올리거나 면세점 특허를 얻기 위한 기업들의 과열경쟁 같은 것들이 지대추구 행위의 대표격이다. 권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취업을 청탁하거나 경쟁에 개입하는 것도 넓게 보면 지대추구 행위로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영화 의 영화표를 금융회사들에게 사들이도록 강요했다는 논란은 사실여부를 떠나 퇴행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 ‘금융개혁’를 외쳐온 금융위이기에 더 실망스럽다.

촌철경제 201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