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 정부 ‘하시모토 위안부 망언’ 진화 부심

서의동 2013. 5. 14. 21:07

ㆍ미·일관계까지 파문 확산 우려

ㆍ여권 인사들 일제히 비판 나서
ㆍ이시하라는 되레 두둔, 파장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의 막말이 일본을 발칵 뒤집었다. 전날 “일본군 위안부는 필요했다”고 한 데 이어, 오키나와 미군기지 사령관에게 병사들의 성매매업소 활용을 권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 미·일 관계에까지 파문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시모토는 지난 13일 밤 오사카시에서 기자들에게 “이달 초 후텐마 기지를 방문했을 때 사령관에게 ‘성욕을 합법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곳은 일본에도 있으니 그런 곳을 활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군 사령관은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더는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시모토는 공개했다.

위안부 문제에 시비를 걸어왔던 아베 신조 내각은 불똥이 정권 쪽으로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각료들은 14일 하시모토를 집중 비판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정당 대표의 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고, 여성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행정개혁상도 “위안부 제도는 중대한 여성 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개헌 추진의 강력한 ‘우군’인 하시모토를 여권 인사들이 비판하고 나선 것은 발언 수위가 사회통념을 한껏 벗어난 데다 간신히 진화돼가는 위안부 논란이 되살아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더구나 주일미군에게 ‘성매매업소를 활용하라’고 권한 사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정권의 태도를 불신해온 미국을 재차 자극한 셈이 됐다. 주일미군 고위 인사는 이날 교도통신에 “국방부의 정책과 미국 법률에 역행한다”고 말했으며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외교 통로를 통해 위안부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각국에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한국과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의 하나이며 개별적인 문제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대국적인 견지에서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도 정치권의 후진적 여성 인식을 드러낸 사례라고 비판했다. ‘성폭력금지법 제정추진 네트워크’ 관계자는 “전쟁을 위해 여성의 성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발언은 모든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기무라 간 고베대 대학원 교수는 “나중에 총리가 돼 자위대의 최고사령관이 될지도 모를 인물이 경솔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하시모토는 이날도 트위터에 “일본 법률이 인정하는 풍속업소를 미군들이 이용하자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라며 망언을 이어갔고,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군에 매춘은 따르기 마련이며 이는 역사의 원리 비슷한 것”이라며 하시모토를 두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