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의 ‘적극적 평화주의’ 순조로울까

서의동 2013. 9. 29. 17:23

ㆍ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미, 중 반발 이유 찬성 안해

ㆍ공명당도 “연립 영향” 경고

“일본이 힘차게 부활해 안보분야를 비롯한 세계적인 과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다양한 기회를 통해 발신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엔총회 참석의 성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베의 일본’이 지금까지의 소극적 평화노선에서 벗어나 안보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자평인 셈이다.

아베는 이번 유엔총회 기간 중 총회 연설을 비롯해 모두 4곳에서 연설을 하고 ‘아베 색깔’을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압승과 높은 지지율,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성공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 

아베가 국제사회에 내놓은 메시지의 핵심은 ‘적극적 평화주의’다. 아베는 유엔총회에서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의 입장에서 평화유지활동(PKO) 등 유엔의 집단 안전보장 조처에 한층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 워싱턴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초청강연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캐나다, 이란, 파키스탄 정상 등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번 힘차게 성장하려는 일본의 모습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베는 국제무대에서 선언한 외교안보 노선의 변화를 국내에서 뒷받침하기 위해 귀국 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과 평화헌법 개정 추진 등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집권 자민당은 국방군을 창설하는 내용 등이 담긴 헌법 개정 초안의 내용을 일본 국민에게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조성하기 위해 연내에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하지만 아베가 내건 적극적 평화주의가 순조롭게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이유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선뜻 찬성하지 않고 있는 점이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매사추세츠공대 리처드 사무엘스 교수가 중국의 반발을 이유로 “지금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의)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비슷한 생각을 하는 민주당계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들어 중국과의 마찰을 싫어하는 오바마가 이런 의견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29일 분석했다. 또 자민당의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이날 NHK에 출연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추진이 “연립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아베 정권이 무리하게 강행한다면 경우에 따라 자민·공명의 연립정권이 파탄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