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늘

[어제의 오늘]다윈 갈라파고스 도착

서의동 2009. 9. 14. 18:19
ㆍ창조론 뒤흔들 ‘진화의 증거’ 찾다

남미 에콰도르 해안으로부터 1000㎞쯤 서쪽으로 떨어진 태평양의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체중 400㎏에 달하는 갈라파
고스코끼리거북, 몸길이가 1.5m에 달하는 이구아나, 갈라파고스펭귄, 핀치 등 고유생물이 풍부하다. 옛 스페인어로 말 안장을 뜻하는 갈라파고스는 이곳 코끼리거북의 안장처럼 생긴 등딱지 모양에서 유래했다. 이 거북들은 지금이야 국제적 멸종위기로 보호받지만 19세기만 하더라도 마구 남획됐다.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이 승선한 해군 측량선 비글호의 선원들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코끼리거북을 45마리나 잡아 항해 도중 먹어치웠다.

영국 출신의 박물학자인 찰스 다윈은 1835년 9월15일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착해 약 5주 동안 머물면서 작은 새들을 표본으로 가져왔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 새들 중 10여마리가 모두 핀치류라는 조류학자 존 굴드의 말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제각기 부리가 달라 같은 종류인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더구나 이 새들을 어느 섬에서 잡았는지를 정확히 표시해 두지도 않았다. 하지만 새들이 모두 한 종류에 속하고, 섬마다 서로 다른 부리를 가진 새들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진화론의 논거를 발견해낸다.

신중하기 이를 데 없던 다윈은 갈라파고스 섬을 방문한 지 20여년이 지나서야 진화론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부유한 의사집안 출신이라 자신의 발견을 섣불리 인정받아 출세하려는 강박관념이 없었고, 당시 급진주의자들이 진화론을 사회변혁의 이론으로 활용하던 풍조에 휩쓸리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를 방문한 지 23년 만인 1859년 11월22일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에 관하여>를 출간했고, 초판 1250부가 당일 매진되며 당시 유럽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 생물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거나 멸종한다는 다윈의 진화론은 완벽한 신이 자연계에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온갖 생명체를 촘촘히 심어놓았고, 각자의 자리는 단단히 고정돼 있다는 설계론 혹은 창조론의 개념을 뿌리째 흔들어놨기 때문이다.

진화론은 마르크스의 공산주의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탄생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처음엔 철학과 사회학·정치학·경제학 등 인문사회학에 영향력이 컸고, 정작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그리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발생학·의학·분자생물학 등 많은 자연과학이 진화론의 관점을 수용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